
나에겐 보살피던 고양이가 있었다
집에서 키우는 건 아니었고
한때 야간 편의점 알바를 했었다.
우리집 바로 걸어서 5분거리였는데 특이하게
그 편의점 주변엔 아파트나 사람사는 곳은 없고
물건을 만드는 공장부지였어서
평일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내가 근무하는 시간엔
거의 편의점에 방문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끔 늦게 퇴근하면서 담배만 보루로 사가는
고객층이라 물류를 채우지 않아도 됐었고
여러모로... 가장 꿀이라고 할 수 있는 알바였다
오죽하면 심심해서 책을읽고 영화를 보고 춤연습을 했고
각을맞춰 정리하고 끽해야 3박스밖에 안오는 물류를
아주 천천히 정리했다
바깥공기를 쐴겸
해가 져물고 밖에 나가 스트레칭을 하려던 찰나
삼색무늬는 아니고.. 찾아보니 카오스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가 잔뜩 경계하며 편의점을 빠르게 지나갔다

매번 오는 건 아니었고 이틀 근무했었는데
이틀에 한번 ..아니면 아예 안올때도 있었다
한 몇주가 지났을까
그 카오스 고양이는 다시 나타났다
사람들이 먹고 떨어진 부스러기를
이리저리 굴려대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참치캔을 하나 따서 나갔는데
문이 열리기도 전에 그 고양이는 쏜살같이
도로를 넘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웃겨서
한번 피식 웃고 계단앞에 두고 다시 들어가
먹어주길 기다리며 내 끼니를 떼웠다

그 드센 고양이는
10분동안 캔과 나를 번갈아 가며
노려보더니 주춤주춤 눈치를 보며 다가왔고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내심 자주 찾아와줬으면 하면서
나도 퇴근을 했다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지만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는 나는 키워볼 생각만 하고
매번 유튜브나 인스타로만 대리 만족했는데
실제로 돌보면서 느낀 고양이는 생각보다
더 똑똑했다는 것이다 🤓

시계도 없는데
어떻게 정확한 시간에 찾아오는지
항상 내 퇴근시간 두시간 전에
불쑥 찾아와서 앉아있다

그러다가 한달 반만에 같은 공간에 있어도
도망가지 않고 내가 뭐라 물으면 야옹야옹 대답을 잘 했다
근데 만지는 건 허락을 안해주더라
나는 한번 공략하고 싶은건
뭔가 객기인지 모르겠는데 질릴때까지
성공할때까지
절대 포기안하는 끈기가 있어서
어 그래 ~~~ 언제까지 그러나보자
너랑은 꼭 친해져주마 라고 다짐했다

이상하게 보일듯말듯한
위치에서 봐달라는건지 앉아있음
개웃김
닌자고양이

두달이 지났을까 이날은 뭔가 이상했다
내가 눈키스를 했는데 나를 빤히 보면서
눈키스를 해줬다
친해지는 걸음걸이중에 단계가 총 10보라면
내가 한 9보정도 다가가고 있는데
갑자기 100보 다가와준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가봤더니 다리에 몸통을 부벼댔다
네이버에 찾아봤더니 친밀함과 애정의 표식이라고
말해줘서 방방 뛰고 싶었는데
그냥 각목마냥 서있었음 ☠️

이래놓고 ...사람마음 다 홀려놓고!!!
2주동안 그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진심 이렇게 걱정하거나 그리워한 사람도 없었는데
그게 고양이가 될 줄은 몰랐다
이때 나는 고양이는 절대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유대관계를 많이 쌓은 고양이가 갑자기 죽거나
잃어버렸거나 하면 일상생활이 전혀 안될 것 같았다
그리고 왜 제2의자식이라고 하는지
반려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이후에 부국제 스텝으로 합격해서
일주일동안 자리를 비웠을 때가 있었는데 돌아오니까
나를 전혀 모른다는 듯한 녀석의 태도에 당황했었다
귀를보니 누가 중성화를 해준 흔적이 보였다
갑자기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ㅠㅠ

그래도 몇번 밥도 주고 예뻐해주니까
다시 기억이 났는지 저번?보다 더 친해진 느낌이었음
그냥 삐졌던 걸까?
근데 너도 2주동안 잠수탔었잖냐 ㅡ ㅡ
고양이도 카톡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서 또 밥을 먹는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이 챙겨줘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살이 쪄서 동그라미가 되었다

총 6개월 걸림 ㅗㅗ
아 친해지기 힘드네
이렇게 친해지고 싶었던 적
또 그러기 위해서
공들여본 적 처음이야

이제부터 이녀석의 집착이 시작됨
들어오는건 네맘이지만
나가는건 아니라는 암살괭이;;

밥을줘도 안가
오로지 나만 봄
그리고 갑자기 삐짐 그리고 갑자기 애교부림
알수가 없음 고양이의 마음

사람처럼 곁눈질로 나 감시함 ㅠㅠ ! 어이없어

가시라고

이미 넌 간파당했다 나에게
녀석의 털은 참으로 보드랍고 윤기 있었지
얼굴은 조막만해서 넘 예뻤는데

나를 주인으로 생각하는걸까 ? 잠깐 생각했는데
걍 동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밥주는 엄청 큰 고양이 정도
같이 탐험에 조인하라는 느낌으로
계속 어디를 데려가려고 했음

삿포로여행을 앞두고 겸사겸사 일을 그만뒀었는데
집을가는 발걸음이 왜이리 무거웠는지
여행을 갔다와서 다시 저녁에 편의점앞을 서성거렸는데
그 녀석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처음보는 낯선 고양이가
터를잡고 있었다
떠나기전엔 그 애에게 사람에게 너무 마음을 열지말고
계속 그렇게 경계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면서
나를보며 야옹야옹대는 너는
걱정하는 내 마음을 알턱이 없지 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지금은 그 고양이가 오히려 나를 계기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더 활짝 열어
춥고 차가 쌩쌩달리는 편의점이 아닌
따듯하고 편안한 집냥이가 되어
잘 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잘지내니 !! 이름도 못지어주고 헤어진 고양아
암살괭이 닌자괭이로 불렀지만
넌 사실 최고로 귀엽고 앙증맞은 고양이었어
네 덕에 일도 지루하지않고 재밌었단다 잘 지내길 바래
한여름에 찾아와서 한겨울에 헤어진
낯선고양이와의 6개월 스토리였습니다
주변에 길고양이를 꼬셔보세요
나름..재밌답니다 ?